“동맹도 동반자도 영원한 관계 없어, 美中 모두 믿지 마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오를 당시 평가다. 우리가 성의를 보였으니 중국도 호락호락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가 파다했다.

한중관계는 최상을 구가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허상은 곧 깨졌다. 이듬해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돌변했다. 외교채널이 끊기고 보복조치가 기승을 부렸다. 중국은 분풀이하듯 집중 포화를 퍼부었고 정부는 허둥댔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수년간 중국에 들인 공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한미관계도 기대와 현실간 괴리에 역풍을 맞고 있다. 비용분담을 앞세우는 트럼프정부의 일방주의에 동맹의 60년 역사가 흔들릴 조짐이다. 한반도가 미국산 무기 전시장이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왔건만, 얼마나 더 퍼주어야 할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동맹조차 여차하면 등을 돌리는 게 우리가 직면한 외교 현실이다. 오랫동안 동맹을 과신하고, 중국과는 전략적동반자관계의 거품에 취해 안주한 탓이다. 사안별로 치밀한 계산에 따라 제 몫을 챙겨야 하지만 미중 어느 한쪽에 쏠리다가 사태가 터지면 매달리는 데 급급하면서 외교적 입지가 갈수록 좁아진 것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 반면교사의 사례다. 사드는 미국에게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보장받고, 중국을 겨냥해 북한 핵 문제를 견인하며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카드였다.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반대급부를 요구했어야 하지만, 정부가 ‘3노(NO)’라는 전략적 모호성 아래 어설프게 입을 닫는 자세를 고수하다 실익은커녕 뭇매를 맞고 만신창이가 됐다. 결국 사드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중국의 반발이라는 부담만 떠안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사드 배치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을 모두 놓쳤다”고 말했다.

미중 양국이 힘을 앞세워 한국을 농락하려는 경향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차분한 실리외교로 대응하는 것이 상책이다. 중견국의 특성을 십분 살려 다자외교를 통해 우군을 확보하는 노력 또한 절실한 때다. 한쪽에 편승해 다른 쪽을 배제하는 약소국 외교로는 미중 양국의 기싸움에 휘둘리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가의 목표와 정책의 우선순위, 당면한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따져 차기 정부의 출발선을 먼저 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mail protected]

작성일 2017-10-14 18: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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